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"이 그림책 너무 야해, 어른들이 다 벗고 있다고"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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엄마 나는 어떻게 태어났어, 라는 질문에 여러분의 대답은?

다다와 함께 읽은 그림책


"이 그림책은 너무 야해."

"응? 뭐가? 그런 그림책이 있어?"

"이 그림책 말야. 어른들이 다 벗고 있다고."

"아! 그거."

 

큰애 학교 북카페에서 우연히 보다가, 애들 성교육으로 딱 좋겠다 싶어 헌책방에서 구입한 책 <내 동생이 태어났어> <나는 여자, 내 동생은 남자>를 두고 하는 소리였다. '맞아, 나도 처음 봤을 때 이 정도면 19금 아닌가, 너무 '수위'가 높은 것 같은데' 싶었다. 책을 보는데 민망하기도 하고, 옆에 있는 애들이 볼까(당연히 애들 보라고 북카페에 있는 것인데도) 봐 신경이 쓰였던 기억이 났다. 하지만 숱하게 듣지 않았나. 감추고 가릴수록 아이들은 더 궁금해 하는 법이라고. 나는 그러지 말아야지 벼르고 있던 터라, 이 참에 자연스럽게 성교육을 해보자 싶어 공개적으로 책을 폈다.

 

'나는 여자, 내 동생은 남자'와 '내 동생이 태어났어'. ⓒ비룡소 

 

그런데 말이 쉽지 여섯 살, 열 살 딸과 서른 아홉의 엄마, 마흔 둘의 아빠가 나란히 소파에 앉아 애, 어른 할 것 없이 홀딱 벗고 있는 그림책을 함께 보기란 쉽지 않았다. 그래도 괜찮았다. 성교육, 이 대목에서 한없이 진지해지는 엄마아빠와 달리 아이들은 그저 재밌고 웃기는 이야기일 뿐이니까. 이날도 상당히 어색할 법한 분위기를 무마시킨 건 아이들 웃음이었다.

 

우선 누나와 남동생이 신체적으로 어떻게 다른지를 보여주는 <나는 여자 내 동생은 남자> 편. 누나는 여탕으로 가지만 동생은 남탕으로 가고, 오줌을 눌 때도 누나는 앉아서 누지만, 동생은 서서 눠. 왜냐고? 동생은 고추가 있고, 누나는 잠지가 있기 때문이지. 동생과 누나 몸에서 딱 하나 다른 곳이야.

 

어른이 되면 여자와 남자는 더욱 더 달라진대. 여자는 허리가 잘록해지고 가슴도 생기고 여기저기 털이 나지. 남자도 마찬가지야. 어깨가 벌어지고 목소리도 굵어지고 여기저기 털이 나. 근데 왜 여자와 남자 몸은 이렇게 다르냐고? 그건, 아기를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야. 잠지와 고추는 아기를 만드는 소중한 곳이거든.  

 

"이게 뭐가 야하다는 거야? 네가 크는 모습을 잘 보여주는 구만."

"내가? 이렇게 큰다고?"

"그래... 너 목욕할 때 거울에 비친 네 몸 안 보니? 학교 가기 전이랑 후랑 좀 달라진 것 같지 않아? 이 중간쯤이 너인 것 같은데?"

"그럼 나중에 나도 여기에 이렇게 털이 나?"

"그럼... 나지. 겨털도 나."

"겨털이 뭐야?"

"겨드랑이 털."

 

꺄르르 뒤집어지는 아이들. 둘째 아이는 더 거침이 없다.

 

"그럼 아빠도 이렇게 털이 났어?"

"그럼, 아빠도 털이 났지."

 

그 순간, 폭탄같은 딸의 말 한마디.

 

"근데 엄마 나 남자화장실에 가봤다."

"(엄마야, 이건 무슨 말이래) 언제, 어디서, 어떻게, 왜?"

"언제인지는 모르겠고, 학교 화장실인데, 남자 화장실 쪽으로 물건이 굴러가서, 주우러 갔었지. 근데 남자 애들이 없었어. 그래서 아무도 몰라. 근데 내 친구는 여자화장실에 휴지가 없어서 남자화장실에 갔었대, 급하다고."

"뭐야? 그럼 안돼지. 남자 애들이 봤으면 놀랐겠다 야. 넌 아무리 급해서 그러지마. 응?"

"응."

"그리고 너 야하다는 말은 어떻게 알았어?"

 

대답은 않고 배시시 웃기만 하는 딸아이. 대체 네 속은 어느 만큼 큰 거니? 여기까지가 순정만화 버전이라면 <내 동생이 태어났어>는 성인만화(?) 격이랄까. 그만큼 표현은 더 직접적이다. 그치만 다 읽은 후에는 살짝 뭉클한 마음도 들었다. 우리 가족이 그 어려운 일을 해낸 건가 싶어서.

 

엄마 나는 어떻게 태어났어?

 



'내 동생이 태어났어'의 삽화. ⓒ비룡소 


수십 마리의 정자가 난자를 향해 달려가는 그림으로 시작하는 <내 동생이 태어났어>는 동생이 태어나기까지의 과정을  담고 있어. 동생은 엄마 뱃속 자궁에서 열 달 동안 살면서 엄마와 모든 일을 함께 하지. 그런데 아기는 어떻게 엄마 뱃속에 들어간 걸까. 이 대목에서 나오는 그림이 좀 웃겨. 아이가 상상하는 장면인 듯 한데, 갓난아이가 엄마 입으로 들어가는 모습이거든. 당연히 그럴 리는 없겠지?

 

엄마는 난소 안에 아기가 될 수 있는 알을 많이 가지고 있고, 아빠는 정소 안에 아기 만들 씨를 많이 가지고 있대. 그런 엄마 아빠가 꼭 끌어안고 몸과 마음을 다한 사랑을 나누어 정자와 난자가 만나면 아기씨가 되는 거래. 그게 바로 나인데, 어떻게 태어났냐고? 엄마 다리 사이에는 아기가 나오는 길이 있어서 그 길을 따라 태어난 거야. 내가 내는 힘, 엄마가 내는 힘, 아빠가 하는 기도. 우리 가족 모두의 바람으로 태어난 거지. 

 

애를 둘이나 낳았는데, 그 소중한 생명 탄생의 과정을 아이들에게 제대로 들려준 적이 없구나 싶었다. 작가 말마따나 '어른에게 성기와 성교는 민망하고 점잖지 않은 세계일 수 있으나, 아이에게는 건강한 호기심이 넘치는 또 다른 세계'일 뿐인 건데... 내가 너무 진지해서 겁을 냈구나. 성교육은 이제 시작인데, 내가 더 배운 기분이다. 다소 민망한 이 책이 특별히 고마운 이유다. 

 

[이 그림책은요]

 

엄마와 함께 읽는 성교육 그림책으로 정지영, 정혜영 자매가 쓰고 그렸다. 이들 자매는 한 달 사이로 정지영은 딸을, 정혜영은 아들을 낳았다. 작가는 '두 아이가 태어나고 자라는 모습을 지켜 보면서 느낀 생명에 대한 감동과 언젠가는 아이들 자신들도 생명을 탄생시킬 수 있는 소중한 존재라는 사실을 전하고 싶었다'고 책 서두에서 밝혔다. 

 

또 이 책을 읽는 부모님에게 당부하길, 왜 엄마랑 아빠는 함께 자고, 왜 쟤는 나랑 다른지 하는 '이러한 관심과 물음은 자기 존재를 확인하는 일로 부모가 적당히 얼버무려서는 안 되는 영역'이라고 단언하며 '아이들의 천진난만한 호기심이 거부되기 보다는 엄마와 아이가 서로의 존재를 더 잘 이해할 수 있는 대화가 이뤄져야 한다'고 조언한다. 새겨들을 말이다.


*칼럼니스트 최은경은 오마이뉴스 편집기자로, 10살 다은, 6살 다윤 두 딸을 키우는 직장맘입니다. 두 딸과 함께 읽으며 울고 웃은 그림책을 소개합니다. 이 글은 오마이뉴스에도 함께 싣습니다.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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칼럼니스트 최은경(cinepress@naver.com)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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